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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야기

[오버권_동물 이야기]홍남교에서 만난 어린 고양이_20211031

 

걷기 좋은 계절.

목적지까지 도보로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백련시장을 지나고 홍남교 사거리에 들어서는데

산책로 옆 인도 구석에 어린 고양이 두 마리가 나와 있었다.

낯가림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고양이들은

누가 봐도 배고픈 기색이 역력했다.

 

어미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이는 얼마나 됐을까?

천천히 손등을 내미니 스치듯이 코를 비비는데

코끝이 촉촉한 게 더 안쓰럽다.

어떻게 사람을 경계하지 않게 됐을까.

누군가 잘 해주었던 기억이 있겠지.

가방을 뒤져도 줄 게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 한 분이 옆에 쭈그려 앉더니,

바구니 안에서 주섬주섬 먹을 거를 꺼내 주신다.

사람에 대한 어린 고양이의 기억은

아마 이런 작은 조각들이 합쳐진 것이겠지.

자신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는 시선이란 조각이.

 

 

[오버권_동물 이야기]홍남교에서 만난 어린 고양이_202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