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방문.
날씨가 제법 매섭다.
지시봉을 흔들며 차량을 통제하는 관리원의 붉은 피부가,
외투를 여미며 급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종종 걸음이,
마스크 사이로 선명하게 새어 나오는 입김이
무엇보다 확실하게 겨울을 보여준다.
아버지 검사까지 시간이 남아 병원 건물을 빠져나와 은행을 향하는데
실외기 위에 앉아있는 길고양이 세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명당을 알아보고 실외기를 택한 것이겠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서로 몸을 바짝 붙이고 있다.
가끔씩 다가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관심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그시 눈을 감고 앉아있는 고양이들.
찬바람이 불 때마다 흰 수염이 살랑살랑 흔들리면
조금씩 몸을 뒤척이며 서로에게 고개를 기댄다.
이 넓은 병원 부지 안에 저런 길고양이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친구들이 있어 다행이지만,
길 위 동물들에게 참으로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길고양이_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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