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김밥집’
멀리서 간판이 보인다. 반가움에 발걸음이 들뜬다. 녹번역에서 1996년부터 2018년 3월까지, 22년간 영업을 하던 김밥집이 서부병원 건너편에 새 자리를 잡았다.
공식적으로 문을 연 것은 4월 2일, 원래 3월 26일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이 되어서 4월 2일로 한 주 늦춰졌다고 한다.
사실 나는 한 주 전에 미리 들렀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아직 가게 내부가 정리되기 전이었는데, 유리창 안으로 사장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얼른 주변 꽃가게에 들러 화분 하나를 사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사장님과 사모님이 굉장히 반가워 하셨다. 정말로, 정말로 가게를 그만 하실 생각이었는데 여러 고민 끝에 다시 하시게 되었다고, 가게를 그만 하신다고 했을 때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시고 용기를 내셨다고 하셨다. 조금이라도 내가 도움을 드렸다면, 그게 맞는다면 참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장님은 22년간 김밥을 250만 줄 만드셨다고 한다. 무려 ‘250만 줄’! 그 솜씨를 볼 수 없다는 건, 정말이지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장님께 4월 2일 개업일에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리고 가게를 나섰다. 아래 사진은 개업일에 촬영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01_새롭게 서부병원 건너편에 자리 잡은 ‘맛있는 김밥집’, 가게는 서부병원 건너편, 베스킨라빈스와 민약국 사이 골목에서 20미터 정도 들어서면 보인다. 서부병원 건너편 신한은행 건물로 찾으셔도 될 거 같다. 골목 앞에서 바로 보이기 때문에 찾기 어렵지 않다.
02, 03, 04_가게 간판이 노란색이라 눈에 잘 띈다. 가게 디자인과 내부 정리를 사장님께서 직접 하셨다고 한다. 과거 솜씨를 발휘하셨다는데, 식당다운 정갈함과 깔끔함이 돋보인다.
05_가게 정면 유리 안으로 김밥을 만들고 계신 사모님 모습이 보인다. 간판에는 예전 녹번역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화번호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는데, 김밥을 주문하시거나, 바쁘게 김밥을 받아가야 할 때 미리 전화해서 예약하면 좋을 거 같다.
07_문으로 들어서니 가게의 마스코트 똘이가 나와 반긴다. 똘이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 예전처럼 행동이 잽싸지는 않지만 사장님, 사모님과 함께 가게에 나오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한다. 이제 가게 한 쪽 구석에 똘이를 위한 방까지 마련되었으니 똘이에게도 너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08~12_가게 내부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군데군데 내가 선물해 드린 강아지 그림이 보인다. 좁은 녹번역 매장과는 달리 이제 직접 가게 안에서 김밥이나 다른 메뉴를 먹을 수 있어서 더욱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 테이블 수도 적당하고, 테이블 사이가 넓어서 좀 더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13_새로 만들어진 차림표. 원래 김밥과 주먹밥이 주 메뉴지만, 비빔밥이나 라면 같은 다른 메뉴도 새로 구비되었다. 다음에 들러서 맛봐야겠다.
14, 15_보통은 사모님이 주방에 계시고, 사장님께서 김밥을 만드시는데, 이 날은 개업일부터 너무 바빠서 사장님은 계속 가게 안을 뛰어다니셨다. 내가 가게에 머문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손님이 들어왔다. 사장님은 새벽 4시에 가게에 나오셨는데, 가게 문을 열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고 한다. 대박 조짐이 보인다.
17_녹번역에 있을 때와는 달리 김밥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알루미늄 호일이 아닌 가게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 포장지에 김밥을 싸주신다. 요즘 유행에도 맞고 훨씬 깔끔해 보인다. 사장님께서 맛보라며 김밥을 싸주셨다.
18, 19_일반 김밥과 참치 김밥, 김밥은 더욱 두툼해졌고, 맛도 풍성해졌다. 그러면서도 예전 김밥의 깔끔함은 그대로다. 일반 김밥집의 김밥 같은 느끼함과 부담스러움이 없다. 매장에서는 된장국도 함께 맛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일품이다. 김밥 속이 알차고, 밥알이 뭉치지 않는다. 바로 이래서 사장님의 김밥이 그토록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
20_공식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그리고 토요일은 오후 2시까지지만, 첫날부터 손님이 너무 많아서 마감 시간을 조금 당겨야 할 수도 있을 거 같다고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너무 바쁘지 않게, 그냥 천천히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바람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김밥집을 찾는 손님들이 사장님을 더욱 바쁘게 할 거 같으니까.
녹번역, 그리고 서부 병원, 은평구청 근처에서 맛있는 김밥을 맛보고 싶은 분, 급히 김밥을 사서 가야 하지만 기왕이면 맛있는, 부담 없는 김밥이나 주먹밥을 맛보고 싶은 분께 강력하게 추천 드린다. 서부 병원 맞은 편 ‘맛있는 김밥집’.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다.
250만 줄의 김밥을 만든 그 솜씨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사장님과 사모님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맛있는 김밥을 맛보셨으면 좋겠다.
http://blog.ohmynews.com/overkwon/554862
[오버권_사진 이야기]돌아온 최고의 김밥집_서부병원_녹번역_2018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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