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어린 시절 시장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곳이었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따라간 그 곳에선
맘에 드는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었고
맛이 기가 막힌 떡볶이를 먹을 수 있었다.
시장 상인 분들의 친절함이 더해져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는 곳이었다.
집에서 걸어 나와 30분쯤 걸리던 용두시장.
‘시장 가자.’라는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 나는
‘산책 가자.’라는 말을 들은 강아지마냥
그 즐거운 길을 따라나서곤 했다.
현재의 용두시장은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얼마 전 음식을 사러 잠깐 들른 그 곳은
셔터가 내려간 곳이 많았고 옛 시절 북적거림은 찾기 힘들었다.
시장 맞은편의 커다란 아파트 단지 공사장의 북적거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서울 시내 많은 시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작아지다, 점점 사라질 것만 같다.
시장. 용두시장.
이 근처에 살지는 않지만,
지금도 시장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 곳.
할머니와, 어머니와 함께 갈 수 있었기에
더욱 더 정겨웠던 그 곳.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기에
그 기억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마치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손처럼.
나의 시장, 용두시장_20201011_오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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