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통신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스마트폰으로 바꾸세요, 공짜입니다.’
나처럼 2G폰을 쓰는 사람은 일상으로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2G폰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함정.)
하지만 나는 스마트폰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 2G폰으로는 전화와 문자 기능만 사용하고
인터넷, 카톡 등은 아이패드로 해결하고 있기에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전화에 문제가 생겼다.
조금 긴 내용의 문자가 오면 아예 읽을 수가 없었던 것.
불필요한 메모리를 삭제하라는 안내창에 따라 나름 이것저것 지워봤지만 증상은 같았다.
결국 별 수 없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는데 처방이 나왔다.
‘초기화’
휴대폰에 별 내용이 없었기에 타격은 없었으나 문제는 주소록이었다.
2G폰에는 아이패드에 기록하지 않은 옛 인연들의 연락처가 잔뜩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주소록을 옮기는 프로그램도 제공이 안 된다니 눈물을 머금고 하나하나 연락처를 보며 옮겼다.
참 많이도 기록해 놓았구나.
대부분은 거의 연락하지 않는 번호였지만,
간간이 눈길을 붙잡는 번호가 있었다.
‘아, 이 사람.’
‘그래, 그랬었지. 그런 일이 있었지.’
뜻하지 않게 땅에 묻어둔 타임캡슐을 뜯어 젖힌 기분이었다.
눈으로 본 것은 번호였으나 머리에 뜬 것은 추억이었다.
알 듯 모를 듯한 감정이 표정이 되어 얼굴 위를 맴돌았다.
‘다들 잘 살고 있겠지.’
초기화 버튼을 눌렀다.
번호를 정리했다.
추억은 정리되지 않겠지만.
[오버권_사진 이야기]휴대폰 초기화_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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