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를 좋아하면서 싫어한다. 이것저것 많이 읽어봤지만, 대부분 비슷한 내용만 담고 있기 때문이다.(최근에도 한 번 당한 바 있다.)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좀 뭐하기도 하다.(나만 그런가..) 그러다 최근 한 책을 알게 됐다. 음, 사실 전제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자기계발서’라는 영역으로 이 책을 분류하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계몽과 주입식 논리를 이 책에서는 찾을 수 없다. 편안하면서도 교훈을 주는 책, 제목은 ‘매일 아침 써봤니?’이다.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 김민식 PD의 이름을 들은 건 그의 전작 ‘영어책 한 권 외워 봤니?’를 통해서였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 광고에 영어책이 소개되었는데, 처음엔 그냥 ‘아..영어 강사가 쓴 책인가 보다.’, ‘어떤 책이기에 잘 팔리지?’하는 생각이 전부였다. 하지만 책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중학교 때 영어 교과서를 외웠었기 때문이다.(내가 좋아하는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매우 음흉한 동기가 있었다.) 그래서 안다.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우는 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하지만 ‘영어책 한 권 외워 봤니?’를 사지는 않았다.
이후 책의 저자가 MBC의 PD라는 것을 알게 됐다. ‘뉴 논스톱’ 시트콤 시리즈를 연출한 분이라는 것과 더불어.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리고..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김민식’이라는 사람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서였다. 지금은 정상화가 되어가고 있지만, 당시 MBC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김민식 피디는 (그 순한 얼굴로) MBC 건물 내부에서 ‘김장겸은 물러가라!’고 온힘을 다해 외쳤다. 강렬했다. 그래서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페이스북 친구를 신청해서 이것저것 글을 읽었다. ‘참 부지런하다, 책을 많이 읽는구나, 따뜻하고 친숙한 글을 쓰시는구나.’하는 인상이 들었다.
그러다 김민식 피디가 새 책을 출간한 것을 알게 됐다. 바로 ‘매일 아침 써봤니?’이다. 246p, 깔끔한 편집과 디자인, 글씨 크기도 적당히 커서 읽기에 아주 편하다. 이 책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친절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김민식 피디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수필의 형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재미없는 일을 하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길다,
2장-쓰기에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3장-쓰면 쓸수록 득이 된다,
4장-매일 같이 쓰는 힘,
5장-매일의 기록이 쌓여 비범한 삶이 된다,
6장-쓰는 인생이 남는 인생.
이렇게 총 6개의 구성을 통해 저자는 말한다. ‘능동적으로 모든 일을 대할 것, 놀 때도 최선을 다해 전문가의 영역에 닿을 때까지 놀 것, 꾸준히 실패하다 보면 성공이 다가온다, 써라, 읽어라, 매일매일, 버텨라, 다만 즐겁게.’
하나 같이 옳은 얘기지만, 어쩌면 쉬 접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어색한 계몽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저자 자신의 무수한 실패를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실천하기 어려운, 무리한 일이 아니라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자신을 기록하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기와는 다르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그저 무미건조하게 자신의 일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사’를 능동적으로, 블로그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렇다. 그 행위는 자신에 대한 다짐으로 되돌아온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김민식 PD만큼 많은 실패를 맛본 사람도 드물 것 이다. 그런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기에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거 같다.
중간 중간에 저자의 개인적 이야기, 직업 노하우 등이 들어있어서 관련 직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도 수록되어 있다. 또 책을 좋아하는 분이어서 그런지 ‘타이탄의 도구들, 그릿, 작고 소박한 나의 생업 만들기’ 등 여러 책의 구절을 소개하며 흥미를 돋운다.(이 중 몇 권은 김민식 PD의 글을 보고 나도 구입했다.)
PD 자리에서 쫓겨나 모욕적인 대접을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매일 아침 일찍 일어서 글을 쓰고 포스팅을 할 수 있었을까. 전날 술자리까지 마다하면서.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바로 그것이 바로 김민식 PD를 지켜주었을 것이다.
이른 아침. 모두들 자고 있는 시간. 정적. 그리고 키보드 소리. 기록. 다짐.
인공지능이 잠식해오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우리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바로 복제가 불가능한 독특한 존재가 된다는 것. 미미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자신을 업데이트하는 행위가 그 능동적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바로 그 길로 안내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매일 아침 써봤니?’
http://blog.ohmynews.com/overkwon/553240
[오버권_책 이야기]매일 아침 써봤니?_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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