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야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_20211110

 

택시를 잡았다.

택시 옆면에 볼록볼록한 금속성 장식이 붙어있었다.

뭔가 범상치 않았다.

택시에 오르니 화려한 풍경이 펼쳐졌다.

천장은 온통 볼록한 장식이,

운전대에는 금속 고리가,

차창 쪽에는 나뭇잎 모양의 장식이 달려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두 음료수 캔으로 만든 것이었다.

 

장식들은 택시가 흔들릴 때마다 찰랑거리며

금속 특유의 맑은 소리와 반짝임을 뽐냈다.

평소 택시를 타면 기사님들과 말을 잘 섞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말을 먼저 거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이번에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언제부터 이런 작품들을 만드셨냐.

대단하시다. 멋진 작품들이다 등등의 질문들.

뽐낼 만도 할 거 같은데 기사님은 의외로 별 거 아니라며,

그냥 시간이 남을 때 심심하고 그래서

먹고 버린 음료수 캔을 하나씩 주어다가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운전만 했고, 공예와 관련된 일은 한 번도 해 본적 없다는 말과 더불어.

나는 혼자 보기 아깝다며 어디 전시라도 하시면 어떻겠느냐 했는데

예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한 번 나간 일도 있었지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라고,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 하며 손을 저었다.

택시에서 내리고, 유턴해서 돌아서는 택시를 향해 인사를 하니 기사님이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장식품이 흔들릴 때 나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고수는 곳곳에 숨어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만의 무언가를 창조하는 그런 사람들.

내가 좋아서.’, ‘재미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예술이란 결국 그런 게 아닐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_20211110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겨진 신문_20211119  (0) 2021.11.19
수능 전날_20211117  (0) 2021.11.17
나뭇잎을 향한 독촉장_20211109  (0) 2021.11.09
움직이면 아름다워지는 것들_20211108  (0) 2021.11.08
호의의 중요성_20211106  (0) 202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