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다리가 안 좋아서 집 근처에 있는 2차 병원에 방문했다.
대기 시간이 길 것이 뻔했고, 오후에 예정된 일정까지 있었기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는데도 마음이 무척 급했다.
병원 앞에 하차 후,
아무래도 내가 먼저 병원에 들어가 진료 접수를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아버지에게 천천히 오시라고 얘기를 하고 급하게 병원 뒤쪽 입구로 들어갔다.
(코로나19 탓에 병원 후문으로만 들어갈 수 있었다.)
체온 검사와 정보동의서 작성을 끝내고 접수를 마칠 즈음,
‘아버지가 어디쯤 오고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입구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병원 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휠체어는 가벼운 정장 차림의 젊은 남성이 밀고 있었다.
“아, 아드님이세요?”
자연스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이는 남자의 목에는 원무과 직원 명찰이 걸려 있었다.
나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는데, 직원은 별 거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어디로 가시냐?’고 묻더니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내해 주었다.
눈 맞춤, 미소, 말하는 태도 등,
큰 병원에서 쉬 만날 수 없는 친절함이었기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버지에게 물으니, 다리가 아파 병원 앞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먼저 다가와 휠체어로 데려다 주었다고 했다.
이후 주사실로, 진료실로, 아버지의 휠체어를 끌고 이동하는 도중에도
몇 번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직원은 먼저 친절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내내 감사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진료비를 결제하면서, 창구에 있는 직원에게
‘혹시 이런 인상착의의 직원이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고
1층 로비를 기웃거린 끝에 다시 그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아까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다.’ 말하면서
최근에 출간한 책을 건넸는데,
직원은 자신의 명함을 내게 주면서 굉장히 고마워했다.
병원처럼 경직된 공간에서 만나는 친절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환자들에게 어쩌면 그 자체가 하나의 ‘치료제’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루에만 해도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들락거리기에 마냥 친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 친절 덕에, 방문한 병원에 대한 인상이 바뀐 게 사실이다.
의사 지인 덕분에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도 감사한 일이다.
친절은 그 공간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강력한 자석이다.
친절은 그 공간을 각인시키는 가장 빛나는 간판이다.
그게 친절의 힘이다.
친절의 힘_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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