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사실 ‘싸이월드’(이하 ‘싸이’)가 한창 대 유행하고 있을 때 그린 것이다.
당시 너나 할 거 없이 자신의 ‘싸이’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권유도 있었고 해서 나도 별 생각 없이 ‘싸이’를 시작했었다.
그런데 그냥 홈피 문만 열어 놓고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도토리(싸이 용 화폐)를 구입하고, 미니홈피 스킨을 뽀사시하게 꾸미고, 음악도 깔아주고, 이것저것 치장을 했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았다.(내 경우엔 스킨에 멍멍이도 잔뜩 깔아놨었다, 만화에 등장하는 멍멍이가 그 중 한 마리.)
그냥 대충 하는 내가 그 정도였으니, 주변에서 ‘싸이’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그 열정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진 업로드에 자신의 홈피에 방문한 사람 답방까지..
그 탓에 여러 회사에서는 업무에 방해가 된다며 ‘싸이’ 접속을 금지하고 메신저도 차단했었다.
2011년,
이제는 싸이의 열풍이 사그라졌지만, 그 자리를 다른 ‘수단’들이 차지하고 있다.
놀랄만한 속도로 보급된 스마트 폰과 스마트 기기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덕에 우리는 어디서나 ‘또 다른 나의 세계’에 접속한다.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
사람들은 이 수단들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려 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를 원한다.
시민 혁명을 이끌어내고, 사건, 사고에 대해서 빠른 전파력을 보이는 등의 장점도 있지만,
지하철에서나 버스에서나 사람들의 시선은 손 안의 작은 기기에 쏠린다.
24시간 넘치는 정보 덕에 내 자신이 똑똑해졌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실은 점점 생각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것이라도 항상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법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보다 새로운 방식의 ‘또 다른 세계’가 출현할 것이다.
그 덕에 우리의 ‘온라인 세계’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오프라인 세계’는 좁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때가 왔을 때 진짜 나는,
내 정체성을 간직하는 본연의 나는
‘온라인’쪽일까, ‘오프라인’쪽일까?
아니 그보다
스마트 기기로 ‘온라인’에 접속한 채 ‘오프라인’을 걷고 있는 나는
과연, 어디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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