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마웠다, 아이패드 프로 1세대_오버권_20200926
사건은 갑자기 일어났다.
아무 생각 없이 가방에서 아이패드 프로를 꺼냈는데,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처음엔 방전이 됐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뭔가 동작하는 소리는 나는데 화면이 들어오지 않는 것.
난감했다, 많은 부분에서. 아울러 생각했다.
‘내가 참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 많은 일을 하고 있었구나.’
중간에 몇 번씩 비정기적으로 화면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는데,
어쨌든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서 홍대 AS 센터로 향했다. ‘뭐, 고치면 되겠지’
AS 센터 직원의 대답은 나의 예상과 같았다. ‘그래, 역시 고치면 돼지.’
보드는 괜찮은데, 디스플레이 쪽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그 부분 부품만 갈 수 없어서 통째로 바꿔야 한다.(리퍼)
요 부분에서 느낌이 싸해졌다.
“90만 2천원입니다. 진행해 드릴까요?”
‘응?’
‘9만원이 아니고 90만원이라고? 하아..’
내가 그냥 새로 사는 게 나을 거 같다고 하니, 센터 직원은 사용한지 4년밖에 안 됐는데 너무 아깝다고 했다.
아, 4년. 벌써 4년이나 썼구나.
아이패드 1세대에서 아이패드 프로 1세대까지, 아이패드를 계속 사용하면서
참 많은 그림을 그렸다.
디스플레이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기기의 특성 상,
많이 사용하다 보면 화면에 이른바 ‘디지털 얼룩’이 생긴다.
그 얼룩 개수가 늘어나면 교체할 시기가 다가온다는 것은 그간 아이패드를 사용하면서 얻은 일종의 교훈.
아이패드 프로는 아이패드와 다르다. 그것은 아마도 ‘프로크리에이트’와 ‘애플 펜슬’의 덕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패드 프로는 특별했다.
많은 그림을 함께 했고, 많은 경험을 가능하게 해줬다. 아이패드 프로 1세대와 함께 한 작업들은 시간이 지나도 가끔씩 생각날 거 같다.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를 데려오고, 아이패드 프로 1세대의 초기화를 진행했다.
하얀색 화면이 보이더니 녀석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나도 인사를 한다. 헤어지며 건네는 인사지만 마음을 담아.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아이패드 프로 1세대’
그동안 고마웠다, 아이패드 프로 1세대_오버권_202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