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권_사진 이야기]롤러스케이트장의 부활_20180216
운동은 젬병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좋아하는 운동도 거의 없다.(걷는 건 좋아하지만)
그런데 그나마 어릴 때 좀 했던 운동이 있다.
롤러스케이트.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 맞은 편 문방구 집 형은 운동 선수였다.
롤러 하키, 포지션은 골키퍼.
‘국가대표.’
그렇다, 국가대표. 그 형은 나에게 롤러스케이트, 안전대, 헬멧 등을 선물하고
심지어 롤러스케이트를 가르쳐 줬다. 아, 이런 행운이.
그 형 덕분에 롤러스케이트를 꽤 타게 됐다.(막, 뒤로 가고 제자리 몇 바퀴 돌고 이런 거.)
뭐 좀 다른 얘기지만 살면서 그런 행운이 몇 번 더 있었다.
옆 집 할아버지한테 배드민턴을 배웠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은 선수 출신이었고,
술집에서 무심히 다트를 던지고 있었는데 웬 남자가 다가와 가르쳐 준다고 해서
(뭐 이런..)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배웠는데 그는 다트 프로 선수였다. (고 뭐시기..)
어쨌든.
얼마 전부터 내가 움직이는 공간에 ‘롤러스케이트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롤러장이라니.
롤러스케이트는 과거 한 때 꽤나 유행했으나 그 인기를 다한 것이 아니었나.
그 뒷자리를 인라인스케이트가 타고 들어왔으나 그 조차도 뜸해진 거 아니었나.
그런데 롤러장이라니. 오오.
과거 롤러장을 몇 번 간 적이 있다. 그 곳은 무림 고수들이 펄펄 날아다니는 곳이었다.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었지만 몇 번 가지 못 한 것은
속칭 ‘날라리’가 넘쳐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좀 무서웠다.)
암튼 그랬는데, 롤러장이라니,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인가.
롤러장은 마침내 우리 집 근처까지 진출했다.
전화를 해서 가격과 조건을 확인했다. 한 번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타는 법을 까먹었을까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을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건물 5층 롤러장으로 진출, 가슴이 뛰었다.
2시간에 만 원, 비용을 지불하고 롤러스케이트 끈을 동여맸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스르르 움직였다.
과거 경험이 되살아났다.
롤러장은 이제 ‘날라리’가 판치는 곳이 아니었다.
가족, 연인, 그리고 헬멧 쓰고 어설프게 움직이는 아이들.
나는 그 속에서 독보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나는 옛 시간 속을 달렸다.
그리고 30분 후, 롤러장을 나왔다.
2시간을 채울 수 없었다. 힘들어서.
끝.
http://blog.ohmynews.com/overkwon/553748
[오버권_사진 이야기]롤러스케이트장의 부활_20180216